해제가사

궁장가(宮牆歌)

작자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없는 작품으로 일종의 도덕가사이다. 제목에서 ‘궁장(宮墻)’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궁궐을 짓는 노래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실제 건축이 아닌 유교(儒敎)의 성립된 내력을 말하고 있다. 그 내력을 주(周)나라 주공에서부터 시작하여 공문(孔門)의 70제자까지 소개하고 있는데, 이를 마치 건물을 짓는 것처럼 노래하고 있다. 공부자(孔夫子)의 집을 구경하러 가자는 것으로 시작하여,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복희씨(卜羲氏)를 들어 이 땅에 유교의 시작은 바로 이 분들의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유교와 관련된 용어를 궁궐짓는 재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실제로 궁궐을 짓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유교사상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앞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후대에 가서도 유교사상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내용을 사설 전개의 순에 의해 파악하면, ①집 구경의 권유와 공자의 집 확인, ②집터의 형국과 집 구성의 열거에 따른 칭송, ③집의 좌향과 공자 제자의 출입, ④ 집 구경 가는 길의 안내, ⑤ 집 구경을 재차 권유하며 다짐하는 등, 5단계의 단계의 구성을 취하여 각 부분마다 도덕적 사설 일색으로 되어 있다. 공자로부터 끼쳐진 윤리의식과 중국 고사의 인용이 많아서 유가(儒家)의 관념적 교훈가의 표본이 된다 하겠다. 서씨가장본(徐氏家藏本)의『동음(東音)』에 <대명복수가>, <천군복위가>와 함께 실려 있는데, 이에 의하면 퇴계가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본에 따라 작자나 제목의 명칭을 달리하고 있어 같은 내용으로 된 가사로 <도덕가>, <퇴계선생도덕가>, <권선지로가>, <지로가>, <유학지로가>, <공부자궐리가>, <안택가>, <인택가>, <퇴계선생등루가>, <등루가> 등 다양한 이본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신재효가 정리 창작한 판소리 단가 <허두가>에도 같은 명칭의 작품이 실려 있어 조선시대에 널리 부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한국가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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