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가사

고분가

<고분가>는 작자 및 창작연대가 불분명한 순국문 가사작품이다. 『고분가』(29*31cm)라는 제목의 전적(典籍)에는 <고분가> 외에도 <화설>이라는 제목의 소설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고분가>라는 가사의 제목은 ‘혼자 분해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작품의 내용 역시 제목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고분가>는 불과 열 살이 되던 해에 부모를 모두 잃고, 홀로 어렵게 자랐던 화자가 20세가 되어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딸을 낳아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사나 했더니 그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됨에 또 다시 홀로남아 자식과 가정을 이끌어 가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작년과 다름없이 피는 꽃을 보며 현재 자신의 곁을 떠난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는 한편, 어미 없이 초라한 명절을 보내는 아이들의 가슴 아픈 모습을 지켜보며 잠 못 이루는 화자는 비참한 자신의 처지를 서러워한다. 그러던 중 화자는 어린 자식을 잃은 백수 노인의 원통한 사연과 부모를 여의고 의탁할 곳이 없어 그 분함을 하늘에 고하던 어린 소년의 사연, 남편을 잃고 여자의 몸으로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소복 입은 부인의 처량한 노래 소리를 듣는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처지는 물론 다른 이들의 원통한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떠나보낸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그치지 않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한숨과 눈물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화자는 자신보다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부인들을 공경하고 아껴주어야 함을 당부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한다. 이처럼 <고분가>는 홀로 원통하고 애통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작품의 말미에는 화자의 당부의 말 이후에 앞서 제시된 가사와 동일한 구절이 반복되고 있어 주목된다. 필사자의 실수인지, 작자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복되는 내용을 통해 상처(喪妻)한 화자의 슬픔을 보다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한국가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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