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가사

북쳔가

<북쳔가>는 두루마리(2500*21.5cm)에 필사된 순국문 작품으로 철종 4년, 김진형(金鎭衡, 1801~1865)이 창작한 유배가사 <북천가>의 이본(異本)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작품의 필사 년대는 알 수 없다. <북쳔가>는 철종 4년(1853년) 김진형이 교리(校理)로 재직 중일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을 탄핵한 사건으로 함경북도 명천(明川)으로 귀양을 가게 되고, 방면되어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김진형이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제 뜻을 펼치지도 못한 채 귀양을 가게 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유배지인 명천을 향해 귀양길을 떠나 북관(北關)에 도착하기 까지의 여정과 북관에 도착하여 그 곳의 수령으로부터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유람한 주변의 경관에 대한 감흥이 계속된다. 그리고 연회에서 만난 기생 군산월과 나눈 연정에 대한 내용, 명천에 도착하자마자 죄가 방면되어 한양으로 돌아오라는 임금의 명을 받게 됨에 기뻐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유배생활을 접고 한양으로 돌아가게 된 김진형은 깊은 정이든 군산월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고 함께 길을 떠나는데, 원산에 당도하여 불현듯 군산월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그만 발길을 돌릴 것을 재촉한다. 이에 군산월은 김진형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표출하고 유배 중 얻은 첩으로 인해 질타를 받을 것을 두려워한 그는 정을 나눈 연인을 돌려보낸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난 그는 그 기쁨을 표현하는 한편, 술에 취해 잠이 들어 군산월을 만나는 꿈을 꾸고, 강호에 편히 누워 태평세월을 누리다 보면 한이 없을 것이라는 소회를 밝힌다. 아울러 자신이 지은 이 글을 부녀들이 나누어 읽어 보았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며 작품은 끝이 난다. 이처럼 김진형의 <북천가>는 귀양길에 마주한 강호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가운데 연정을 나누게 된 기생과의 사랑 등에 대한 작자의 솔직한 감정과 흥취를 담아내고 있어 유배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관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북천가>는 유배지에서의 고초를 다룬 <만언사>와 비교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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