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가사

게산가

<게산가>는 <박금강금강산유산녹> 다음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러나 <박금강금강산유산녹>은 작품 말미에 간기(刊記)가 적혀 있어 그 제작 연대와 작자를 정확히 알 수 있었으나, 이 작품에는 특별한 기록이 없어서 비록 두 작품이 같이 실렸다고는 하나 작자와 제작 시기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게산가>는 계절이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봄을 맞이하는 외로움과 부재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절절히 토로한 염정가사이다. 작중 화자는 여성적 어조로 사랑을 상실한 괴로운 심중을 노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애상적이고 절망적인 정조가 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다. 봄은 겨우내 움츠려 있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며 온갖 물상에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생동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게산가>의 주인공은 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여전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꿈속에서 님을 그리워하다 빈방에서 홀로 깨고, 잠깐 부는 바람이나 꽃 그림자에 님인 줄 알고 뛰쳐 나가며, 길가는 행인에게서 님의 흔적을 발견하는 등 작품 행간에 님을 향한 그리움이 면면히 배어 있다. 그런데 <게산가>에서는 이러한 작중 화자의 애모의 마음이 일방적으로만 드러나 있을 뿐, 화자에 대한 님의 마음은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다. 작중 화자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게산가>의 마지막 구에서 술을 마시고 '장취불성' 함으로써 괴로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편, 표면적으로 염정가사의 성격을 보이는 많은 작품들이 내면적으로는 연군(戀君)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이중적 작품이 많듯이, <게산가> 역시 단순히 남녀사이의 염정을 읊은 가사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인 부분들도 있어서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가사작품이다.
한국가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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